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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업 UP

*권고사항 : 스포는 거의 없으나 업을 본 후에 읽을 것을 권함. 보기 전 읽는다면 선입견을 가지게 될 수 있음 주의. 디즈니플러스에서 애니메이션 을 봤다. 전반부의 엄청나게 빠른 전개에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 무려 지팡이 짚는 백발 노인이 주인공이라니! 참신하다 참신해. 하지만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에 몰입이 방해되었고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은유와 상징이 될 수 있는 장면이 많았는데도 매번 여운을 느낄 수 없도록 이리저리 떠밀려 이상한 곳으로 튀었다. 얼마 전 다시 본 과 비교를 하자면, 이 재미와 의미를 다 잡으며 감동을 주었던 것에 반해 은 재미를 잡으려다 의미마저 잃어버린 꼴이랄까. 다르게 말하면 재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친 것 같달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남는 두 장면은..

보다 2022.10.03

<기사> 착한 기업 파타고니아의 이본 쉬나드 회장의 멋짐

"선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와 능력이 있는 데도 하지 않는다면, 악한 것에 다름 없다." 세계적 아웃도어용품 기업, 파타고니아의 이본 쉬나드 회장의 말이라고. 음, 나 왜 악한 것 같지? 의문의 1패. 기업의 목표가 이윤 창출이 아니라 자연 보존과 직원 복지라니! 대단하다! 회장 일가가 보유한 회사 지분 100%를 최근 기부했다는 기사를 읽고서 존경심을 넘어 경외심이 일었다. 기부 액수가 무려 4조가 넘는다는 이 분은 스케일이 지구적이구나. 파타고니아가 착한 기업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비욘드 기업이잖아요? 국가가 해야할 일을 기업이 하고 있다니, 세계 연합이 고민해야 할 것을 한 기업의 창업자가 하고 있으니 가히 우주적 마인드를 가진 분이란 생각이 든다. "어느 정도 입을만 하다면 새로 사지 말..

읽다 2022.09.21

<넥플릭스> 투게더

넥플릭스 예능 를 (총8회) 보았다. 한국의 이승기와 대만 배우 류이호가 팬들을 찾아 떠나는 아시아 여행이 컨셉. 그들이 팬을 만날 수 있는 힌트를 얻기 위해 치르는 미션보다 팬을 만났을 때의 그 꿈 같은 순간을 지켜보는 일이 더 좋았다. 팬들은 그들의 우상을, 그들의 스타를 현실에서 영접하는 최고의 순간을 맞아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너무 좋아서, 너무 기뻐서, 너무 행복해서 흘리는 눈물이 얼마나 특별하고 소중한지. 그들은 그 순간을 평생 간직하게 되겠지. 자신만의 스타를 만났던 그 찰나를 죽을 때까지 기억하게 되겠지. 그런 황홀한 순간을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묘한 기쁨이 있더라. 정세랑의 를 읽다가 그녀가 이 프로를 보며 울컥했다는 말에,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동질감을 느끼며 재미있게 봤다는 말에 낚여서..

보다 2022.09.21

<기사> 수학 필즈상의 허준이 교수의 졸업 축사 : 어떻게 살까?

https://n.news.naver.com/article/421/0006303679 [전문]필즈상 허준이 교수, 후배들을 향한 특별한 당부 안녕하세요, 07년도 여름에 졸업한 수학자 허준이입니다. 우리가 팔십 년을 건강하게 산다고 가정하면 약 삼만 일을 사는 셈인데, 우리 직관이 다루기엔 제법 큰 수입니다. 저는 대략 그 절반을 n.news.naver.com 여러 변덕스러운 우연이, 지쳐버린 타인이,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이 자신에게 모질게 굴 수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기 바랍니다. 나는 커서 어떻게 살까, 오래된 질문을 오늘부터의 매일이 대답해줍니다. 아니 이 분은 수학만 잘 하는 게 아니라 글도 왜 이리 잘 쓰는 거야! 수학자일뿐만 아니라 시인이네 시인.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의 오랜 질문. 오늘이..

읽다 2022.08.30

<영화> 헤어질 결심

드라마 를 보고 나서 세 단어가 남았었다. 추앙, 환대, 해방. 영화 을 보고 나니 이런 단어들이 맴돌더라. 마침내, 단일한, 붕괴. 이 단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구어체가 아니라 문어체라는 점, 현대적이라기보다 고전적이라는 점.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껴졌다. 같은 한국어를 쓰면서도 소통보다 불통을 경험하거나, 이해가 아니라 오해를 낳는 일이 허다한데 하물며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은 얼마나 더 큰 오해와 불통을 야기할까. 중국인 서래와 한국인 해준의 만남은 그래서 그 소통의 어려움을 극대화시키려고 한 설정이겠지. 언어 장벽에 막혀 서로에게 가닿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형사와 용의자라는 상반된 입장과 맞물려 더 절절하게 다가온다. 번역기를 돌려가면서까지 상대의 말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두 사람...

보다 2022.07.15

울 엄마의 행복론

오랜만에 제주에 사는 K로부터 카카오톡이 왔다. 그녀는 내가 제주에서 일할 때 직장 동료로 만나 친해진 동생이었다. 산책길이라면서 보내준 제주의 풍경은 여전히 예뻤다. 안부를 전하며 그녀는 법륜스님의 정토불교대학 강의를 권했다. K가 예전에 힘들었을 때 스님의 말씀을 듣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했다. 이번엔 자신이 돕는 이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내가 들으면 좋을 것 같다고, 스님의 법문을 직접 들을 좋은 기회라고도 했다. 오래전부터 법륜스님은 나의 비밀 멘토였다. 우연히 보게 된 (법륜, 한겨레)가 첫 만남이었다. 그 후로 마음이 답답하면 스님의 즉문즉설 영상을 찾아보곤 했다. 스님의 답은 명쾌했고 상황을 꿰뚫는 지혜와 통찰력에 자주 감탄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힘들 때 가끔 상담받듯 스님의 영상을 찾아..

느끼다 2022.05.23

<책> 확고한 취향에 대하여 ; '오늘의 모험, 내일의 댄스'

취향이 있는 사람과의 대화는 즐겁지만 취향의 확고함을 드러내는 사람과의 대화는 힘이 든다. 확고한 취향을 뽐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의외로 '좋아해'가 아닌 나는 그걸 '싫어해'이기 때문이다. 이런 대화는 이어질수록 고통스러운데 싫어해로 시작된 대화는 멀리 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헛발질을 하며 수없이 엎어지기 때문이다. 노윤주, [오늘의 모험, 내일의 댄스] 중에서 확고한 취향을 드러내는 사람이 나의 취향에 부정적일 때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경험이 종종 있다. 이런 식의 대화는 겉으로는 각자의 취향이 다르다는 것으로 포장되지만 속으로는 니 취향은 난 별로라는 것을 숨긴다. 그래서 나와 다른 확고한 취향의 사람과 대화 후엔 석연치 않은 감정으로 씁쓸함을 느낄 때가 많다. 대화 중 걸려넘어졌던 생채기의 쓰라림만..

읽다 2022.03.15

<유튜브> 좋은 건 같이 봐야지

오늘 내가 본 것은, 유튜브 . 채널 이름처럼 음식과 건강에 대한 유익한 정보들이 가득하다. 심심할 때 종종 보곤 했는데 오늘은 아예 구독 버튼을 눌렀다. 난 원래 그냥 보고플 때 찾아보고 말지 웬만하면 구독 안 하는 편인데도 말이다. 그만큼 좋았다는 것. 좋은 건 같이 봐야지. 전에 동생에게 이 채널 한 번 보라고 링크를 보냈더니 이미 구독해서 보고 있었다. 구독자수가 많다는 건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가 많다는 것일 수도. 영상 목록만 쫙 훑어보는데도 관심을 끄는 제목이 아주 많다. 몇 개의 영상을 골라 심심해 하는 딸(11세)과 함께 봤다. '슈퍼푸드 당근을 먹는 가장 좋은 방법'이란 제목의 영상은 딸이 당근을 너무 싫어해서 바로 선택. 베타카로틴, 지용성 등 영양학 전문 용어들이 난무해도 핵심만..

보다 2022.03.02

<일상> 눈물이 찔끔_20220226

아침에 아들의 검사 결과 확진 문자를 받았다. 남편과 나, 딸 이렇게 셋이 PCR 검사를 받기 위해 선별진료소에 갔다. 이럴수가!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의 줄이 끝이 안 보인다. 대기줄의 끝을 찾아 뒤로 뒤로 한참을 가서야 우리도 줄을 설 수 있었다. 우리 바로 뒤에 서 있던 아저씨는 줄이 너무 길다며 바로 포기하고 가버리더라. 어떤 사람은 어린 아이는 우선적으로 검사 받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보건소 직원과 실갱이를 하고 있고. 나는 몇시간이 될 지도 모르는데 기다리는 게 좋은지 일단 후퇴하는 게 나은지 고민했다. 여러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병원에서 오래 기다리지 않고 유료 검사를 받을까? 검색해보니 검사비가 십만원쯤 하는 것 같았다. 3명이 검사하려면 검사비만 30만원? 바로 포기. 오늘은 일단 ..

느끼다 2022.02.27

<어록> 열한살 인생 최악의 날 5위_20220225

코로나에 직격탄 맞은 날. 처음으로 자가진단키트 검사를 했는데 결과는 음성. 열네살 아들은 양성이 나왔다. 아들만 PCR 검사 받고 결과 기다리는 중. 내일 검사 결과가 양성이면 가족 모두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가족관계증명서를 가져오라고 하더라. 11살이 된 딸이 말했다. "오늘은 최악의 날 5위 안에 들어." 그럼 최악의 날 1위는 뭐냐 물으니, "넘어져서 이마 찢어진 날!" 2위, 3위 줄줄이 다쳤던 날들의 릴레이다. 유독 잘 넘어지고 크게 다쳤던 딸. 기분이 급우울해지려고 해서 다시 물었다. "그럼 최고의 날 1위는 언제야?" 딸은 주저없이 답한다. "해외 여행했던 날! 하와이, 괌, 일본 여행했을 때가 최고야." 제주 여행과 태국 여행이 공동 2위라는 것도 재빨리 덧붙인다. 왜 태국 여행만..

느끼다 2022.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