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영화> 헤어질 결심

지금저금 2022. 7. 15. 10:56

드라마 <나의 해방일기>를 보고 나서 세 단어가 남았었다. 추앙, 환대, 해방.
영화 <헤어질 결심>을 보고 나니 이런 단어들이 맴돌더라. 마침내, 단일한, 붕괴.
이 단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구어체가 아니라 문어체라는 점, 현대적이라기보다 고전적이라는 점.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껴졌다.

같은 한국어를 쓰면서도 소통보다 불통을 경험하거나,
이해가 아니라 오해를 낳는 일이 허다한데 하물며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은 얼마나 더 큰 오해와 불통을 야기할까.
중국인 서래와 한국인 해준의 만남은 그래서 그 소통의 어려움을 극대화시키려고 한 설정이겠지.
언어 장벽에 막혀 서로에게 가닿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형사와 용의자라는 상반된 입장과 맞물려 더 절절하게 다가온다.

번역기를 돌려가면서까지 상대의 말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두 사람. 하지만 해준의 마음을 얻고 싶은 서래의 진심은 ‘심장’을 가지고 싶어하는 본심을 알 수 없는 용의자의 묘한 독백으로 비춰진다.
그런 번역의 오류는 사실 같은 언어를 써도 생겨난다. 같은 단어를 써도 다른 해석을 하는 일은 흔하디 흔하니까.

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가장 좋았다.
전혀 예상치 못해서 그 여운이 훨씬 컸다. 서래와 해준의 마음이 마지막신에서 소용돌이쳤다. 미결이 완결이 되고, 미완으로 완성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보다 더 완벽한 엔딩이 있을까! 극의 절정에서 끝내버리는, 영화의 정점이 마침표가 되는 엔딩.


***
여담.

왜 김신영이어야 했을까? 워낙 행님아~의 이미지가 강해서 난 오히려 몰입이 잘 안 되더라.

해준의 아내로 나온 이정현을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다. 너무 평범해서 못 알아봤다. 보다보니 이정현이었다. 아, 맞다. 이정현이 원래 배우였었지! 테크노 가수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배우로 시작했다는 걸 잊고 있었다. 그런데 극중에서 평범하게 묻히는 걸 보고 오히려 내가 못 알아볼 정도로 연기를 잘 한 거구나 싶다.

그리고 탕웨이는 여윽시 탕웨이!
친구와 탕웨이 대신 서래를 연기할 수 있는 한국 여배우가 누가 있을까 얘기해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배우가 떠오르질 않는다.
탕웨이는 대체불가의 ‘단일한’ 배우임에 틀림없다.

탕웨이가 ‘꼿꼿하다’면 박해일은 반듯한 것 같다.
극중 캐릭터만이 아니라 배우 자체가 그렇다.
배우가 원래 가지고 있는 오리지널이 캐릭터에 녹아나오니 그 매력이 더 크더라.

공자가 말하길, 인자한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바다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난 산보다 숲이 좋고, 바다보다 냇물이 좋다.
그럼 난 어떤 사람이지?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