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애니메이션> 업 UP

지금저금 2022. 10. 3. 11:14

*권고사항 : 스포는 거의 없으나 업을 본 후에 읽을 것을 권함. 보기 전 읽는다면 선입견을 가지게 될 수 있음 주의.



디즈니플러스에서 애니메이션 <업 UP>을 봤다.
전반부의 엄청나게 빠른 전개에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
무려 지팡이 짚는 백발 노인이 주인공이라니! 참신하다 참신해.

하지만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에 몰입이 방해되었고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은유와 상징이 될 수 있는 장면이 많았는데도 매번 여운을 느낄 수 없도록 이리저리 떠밀려 이상한 곳으로 튀었다.

얼마 전 다시 본 <인사이드아웃>과 비교를 하자면,
<인사이드아웃>이 재미와 의미를 다 잡으며 감동을 주었던 것에 반해
<업>은 재미를 잡으려다 의미마저 잃어버린 꼴이랄까. 다르게 말하면 재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친 것 같달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남는 두 장면은,
할아버지가 다시 하늘로 날아오르기 위해 집을 가볍게 하려고 모든 가구들을 집밖으로 집어 던지던 장면.
살아가는데 거추장스러운 짐이 되는 것들을 과감히 버리면서 그는 말했다.
“집은 그저 집일뿐.”
집에 집착했던 그가 그 집착을 버렸을 때 비로소 날아오를 수 있었지.
너무 많은 물건들은 오히려 무거운 짐이 되어 우리가 가볍게 살아가는 것을 방해할 뿐.
집이 사는 ‘곳’이 아닌 사는 ‘것’이 되어버린 우리의 현실을 꼬집어 말하는 것 같아서 더 인상적이었다.

나머지 다른 장면은,
보이스카웃 소년 러셀과 프레드릭슨 할아버지가 길가에 앉아 빨간차와 파란차를 세며 아이스크림을 먹던 마지막 장면.
일상은 이렇게 단순하고 평범한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런 순간에도 행복이 깃들지.
러셀이 아빠와 길가에 앉아서 차를 세던 때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라고 말했던, 남들은 재미 없어 하는 이야기라고 했던, 하지만 그런 평범한 순간들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순간들이라는 걸 그 어린 소년은 우리에게 알려준다.

어쩌면 어린 아이들은 이미 삶의 지혜를 다 알고 태어난 존재 같다. 매 순간 가장 즐겁게 놀고 많이 웃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현재에 충실한 존재가 바로 아이들이니까. 왜 나이가 들수록 그런 지혜를 점점 잊어버리게 될까? 어른이 될수록 어린 시절 느꼈던 오늘만을 사는 충만과 행복을 놓치고 살까?

<업>을 보고 나니, ‘모험 정신호’(Spirit of Adventure)의 정신을 이어 받아 지구를 모험하는 마음으로 오늘을 사는 탐험가가 되어보고 싶어지네.


-10월 2일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