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넥플릭스> 투게더

지금저금 2022. 9. 21. 10:29

넥플릭스 예능 <투게더>를 (총8회) 보았다.




한국의 이승기와 대만 배우 류이호가 팬들을 찾아 떠나는 아시아 여행이 컨셉.
그들이 팬을 만날 수 있는 힌트를 얻기 위해 치르는 미션보다 팬을 만났을 때의 그 꿈 같은 순간을 지켜보는 일이 더 좋았다.
팬들은 그들의 우상을, 그들의 스타를 현실에서 영접하는 최고의 순간을 맞아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너무 좋아서, 너무 기뻐서, 너무 행복해서 흘리는 눈물이 얼마나 특별하고 소중한지. 그들은 그 순간을 평생 간직하게 되겠지. 자신만의 스타를 만났던 그 찰나를 죽을 때까지 기억하게 되겠지. 그런 황홀한 순간을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묘한 기쁨이 있더라.

정세랑의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를 읽다가 그녀가 이 프로를 보며 울컥했다는 말에,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동질감을 느끼며 재미있게 봤다는 말에 낚여서 찾아보게 된 프로그램. 저자는 어느 지점에서 울컥했을까를 짐작하며 보는 재미가 추가되었다. 안나푸르나를 보는 것이 불가능할 거라는 모두의 저주(?)에도 불구하고 안나푸르나를 마주했을 때였을까? 팬들을 만나는 순간이었을까? 정세랑 님이 친구라면 당장 물어보고 서로의 감상평을 나누면 좋을 텐데.

나도 지금의 나의 별, 임윤찬의 연주를 직관하게 되면 극치의 기쁨으로 울게 되려나?
나에게도 나의 스타를 만나서 감격에 겨웠던 순간이 3번 있었다.
처음은 고등학생 시절 뉴키즈온더블럭의 공연을 보러 잠실 종합운동장으로 갔을 때. 나의 고등학교 시절은 항상 그들의 노래와 함께 였으니. 내한공연에서 정점을 이루었었지.

두 번째는 20대 시절, 나의 뮤즈는 이상은이었다. 담다디를 부르며 춤을 추던 이상은이 아니라 깊은 사유가 담긴 노래를 들려주던 시기의 이상은의 노래들을 무척 좋아했다. 그녀의 콘서트에 가고 싶어서 같이 갈 친구를 물색했는데 아무도 가고 싶다는 사람이 없었다. 어쩔 수 없지, 혼자 가는 수 밖에. 그렇게 가게 된 이상은의 콘서트. 혼자여도 좋았다. 그녀가 내 앞에서 노래를 불러주고 있으니. 그때 꼭 듣고 싶은 노래가 하나 있었는데 공연이 끝나가도록 부르지 않아서 나만 속으로 애달복달하고 있었다. 오늘은 듣지 못하고 집에 가나보다 실망하고 있는데 마지막 앵콜곡으로 듣고 싶은 게 뭐냐고 이상은이 관객에게 물었다. 여기저기에서 여러 노래 제목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무대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나는 간절하게 내가 듣고 싶었던 곡의 제목을 외치고 또 외쳤다. 그리고 앵콜곡을 그녀가 부르기 시작하는데, 그곡이 <너무 오래>. 내가 그날 그 공연에서 그토록 듣고 싶었던 바로 그 노래. 첫 소절을 듣는 순간 주르륵 흐르던 눈물. 몇 십, 몇 백 배로 증폭된 그 순간 그 감정. 나에게만 순간적으로 허락된 영원. 내 기억 속에 박제되던 그 황홀한 순간을 이상은의 노래 한 곡이 만들어주었다.

세 번째는 1995년 12월 김광석 대학로 소극장 공연. 나에게 그 공연은 그의 첫 콘서트이자 동시에 마지막 콘서트가 되어버렸다. 공연을 보고 온 지 얼마 안 되어 TV 뉴스에서 그의 부고를 듣게 되었으니까. 며칠 전에 그의 이야기, 그의 노래를 눈 앞에서 듣고 왔는데 이제는 더이상 그를 볼 수 없다니,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충격으로 한동안 멍해져 있었던 것 같다. 늦은 밤 이어폰 너머로 그의 노래를 듣게 되면 가슴 한 구석에서 통증이 느껴지는 건, 그의 죽음 때문이었을까, 그의 노래 때문이었을까.


-20220920